레지

트리스탄의 시점

서재가 평소보다 좁게 느껴졌다.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높은 천장도, 몇 달째 손도 대지 않은 책들이 빼곡히 꽂힌 짙은 오크 선반도, 공기 중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오래된 위스키 향도 문제가 아니었다. 이곳은 언제나 나의 피난처였다. 내가 수년에 걸쳐 회사를 일궈온 나만의 통제실.

서재를 나와 복도를 따라 라운지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미 저녁 전체가 평결을 앞둔 법정처럼 느껴졌다. 창가에 서서 희미하게 뻗어 있는 진입로를 바라보았다. 그 너머의 세상은 눈 뒤에서 짓누르는 무게에 가려 흐릿하게 번졌다. 나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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